중세철학 2강. 보에티우스와 보편논쟁
"인간"이라는 보편자는 실재하는가, 이름일 뿐인가. 중세 최대의 철학 전쟁.
풀고 시작
보에티우스: 마지막 로마인
보에티우스(477~524)는 로마 원로원 귀족으로 고트족 왕의 재상이 되었다가 반역 혐의로 처형당했다. 그가 옥중에서 쓴 『철학의 위안』은 중세의 베스트셀러가 된다. 감옥에 철학의 여신이 나타나 묻는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도는 세계에서 진짜 행복은 무엇인가. 답은 스토아와 플라톤의 종합이다. 운명이 줄 수 있는 것은 운명이 도로 가져갈 수 있다. 빼앗길 수 없는 것(덕, 신인 최고선)만이 진짜 소유다.
그의 더 큰 유산은 번역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저작을 라틴어로 옮겼고, 이것이 이후 600년간 서유럽이 가진 그리스 철학의 거의 전부였다. 그리고 포르피리오스의 『이사고게』를 번역·주석하며 한 질문을 후대에 넘겼다. 유와 종(보편자)은 실재하는가, 정신 속에만 있는가. 이 각주 하나가 중세 철학 전체를 점화한다.
보편논쟁: 세 진영
"인간", "붉음", "정의" 같은 보편자의 지위를 두고 세 입장이 격돌했다.
- 실재론(realism): 보편자는 개별자에 앞서(ante rem) 실재한다. 플라톤의 후예. 개별 인간이 다 죽어도 "인간성"은 남는다. 신학과 궁합이 좋다(원죄가 "인류"에 유전되려면 인류라는 실재가 필요하다).
- 온건 실재론: 보편자는 개별자 안에(in re) 실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후예. 인간성은 개별 인간들 안에만 있다.
- 유명론(nominalism): 실재하는 것은 개별자뿐(post rem). 보편자는 이름 또는 개념이다. 로스켈리누스가 시작하고 오컴(5강)이 완성한다.
아벨라르두스(1079~1142)는 중간 길을 냈다. 보편자는 사물도 순전한 소리도 아닌, 개별자들의 닮음에 근거해 정신이 형성한 개념(conceptus)이라는 개념론이다. 그는 연인 엘로이즈와의 비극으로도 유명하지만, 철학사에서는 논리학으로 신학을 검증하려 한 방법론(『긍정과 부정』)으로 스콜라학의 문을 열었다.
이 논쟁이 왜 중요한가
한가한 말싸움이 아니다. 걸린 것이 셋이다. 신학: 삼위일체(하나의 신성, 세 위격)는 보편자 문제 그 자체다. 로스켈리누스는 유명론을 밀다가 삼신론 혐의로 단죄받았다. 과학: 과학 법칙은 보편자에 대한 진술이다. 보편자가 이름뿐이라면 법칙은 무엇에 대한 참인가. 정치: "국가", "교회", "인류"가 개별자들의 집합 이름일 뿐이라면, 개인을 넘어서는 실체 주장(국가주의 등)의 근거가 흔들린다. 개별자만 실재한다는 유명론의 감각은 근대 개인주의와 경험과학의 토양이 된다.
인출 문제
이전: 1강 아우구스티누스 · 다음: 3강 안셀무스의 존재론적 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