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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학 2강.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우리는 존재가 무엇인지 묻지 않고 산다. 그 망각이야말로 철학사 전체의 사건이라고 하이데거는 말한다.

풀고 시작

문제 1. 하이데거가 인간을 주체나 이성적 동물 대신 현존재(Dasein)라고 부른 이유는?
💡 현존재는 자기 존재를 문제 삼는 유일한 존재자다. 어떻게 살 것인가가 이미 걸려 있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주체나 이성적 동물 같은 전통 명칭은 인간을 눈앞의 사물처럼 규정해 버리므로, 하이데거는 낱말부터 바꿔서 존재 물음의 입구로 삼았다.

잊힌 물음의 복권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는 후설의 조교이자 후계자로 출발했지만, 『존재와 시간』(1927)의 첫 쪽에서 이미 다른 길을 선언한다.

"존재에 대한 물음은 오늘날 망각되었다."

책상이 있다, 숫자가 있다, 신이 있다, 내가 있다고 말할 때의 그 "있음"은 저마다 같은가 다른가. 플라톤 이래 철학은 존재자(있는 것들)를 탐구하면서 정작 존재(있음 자체)의 의미는 자명하다고 넘겨 왔다는 것이 하이데거의 고발이다. 그런데 이 물음을 물으려면 물음을 던질 줄 아는 존재자, 곧 존재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며 사는 존재자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책의 실제 내용은 현존재(Dasein) 분석이 된다. 후설의 초월론적 의식 대신,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구체적 실존이 출발점이다.

세계-내-존재: 망치는 표상되기 전에 사용된다

현존재의 근본 구조는 세계-내-존재(In-der-Welt-sein)다. 여기서 "안"은 물이 컵 안에 있다는 공간적 포함이 아니라, 익숙하게 거주하며 일에 몰두해 있음을 뜻한다. 유명한 망치 분석이 이를 보여 준다. 목수에게 망치는 우선 관찰되는 대상이 아니라 손안에 있음(Zuhandenheit)의 방식으로, 곧 못과 판자와 집 짓기라는 도구 연관 전체 속에서 투명하게 사용된다. 망치가 부러져 일이 막힐 때에야 비로소 망치는 눈앞에 있음(Vorhandenheit)의 대상, 즉 속성을 지닌 사물로 떠오른다. 순서가 뒤집힌 것이다. 이론적 인식은 근원적 관계가 아니라 실천적 몰두가 고장 났을 때 파생되는 2차적 태도다. 주체가 먼저 있고 세계를 표상한다는 데카르트적 구도에 대한 정면 반박이며, 1강에서 예고한 에포케 비판이기도 하다. 세계에 이미 얽혀 있는 존재는 세계를 통째로 괄호 칠 수 없다.

세인, 불안, 죽음을-향한-존재

일상의 현존재는 대개 자기 자신으로 살지 않는다. "사람들이 하는 대로" 즐기고 판단하고 분개한다. 이 익명의 주어가 세인(das Man, 세상 사람)이다. 세인의 지배 아래 사는 방식이 비본래성(Uneigentlichkeit)인데, 하이데거는 이것이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현존재의 평균적 일상 그 자체라고 못 박는다. 문제는 거기서 빠져나올 계기가 있는가다.

그 계기가 불안(Angst)이다. 공포는 특정 대상(개, 시험) 앞에서의 떨림이지만, 불안은 아무것도 아닌 것 앞에서 세계 전체가 낯설어지는 기분이다. 익숙한 의미 연관이 무너질 때 현존재는 자기 존재가 어디에도 근거 없이 자기에게 맡겨져 있음을 마주한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가능성이 드러난다. 죽음이다. 죽음은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고, 모든 관계를 끊으며, 건너뛸 수 없는 가장 고유한 가능성이다. 세인은 "사람은 언젠가 죽지,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라는 말로 죽음을 남의 일로 만든다. 반대로 죽음을 자기 것으로 앞질러 떠맡는 죽음을-향한-존재(Sein zum Tode)에서 현존재는 유한한 시간을 자기 것으로 되찾고, 본래성(Eigentlichkeit)의 가능성을 연다. 존재 이해의 지평이 시간이라는 책 제목의 뜻이 여기서 드러난다.

검은 그림자: 나치 부역

정직하게 말해야 할 사실이 있다. 하이데거는 1933년 나치당에 입당했고, 같은 해 프라이부르크 대학 총장으로서 나치 이념에 동조하는 총장 취임 연설을 했다. 1년 만에 총장직을 내려놓았지만 당적은 1945년까지 유지했고, 유대인 스승 후설과의 관계도 사실상 끊었으며, 전후에도 홀로코스트에 대한 명시적 사죄를 끝내 내놓지 않았다. 2014년부터 출간된 『검은 노트』는 반유대주의적 구절들을 담고 있어 논쟁을 다시 불붙였다. 쟁점은 이것이 개인의 도덕적 실패에 그치는가, 아니면 철학 자체(세인 비판, 결단의 강조)와 내적으로 이어져 있는가다. 아렌트와 마르쿠제 같은 유대인 제자들조차 평가가 갈렸고, 5강의 레비나스는 하이데거 존재론 전체를 겨냥한 윤리적 응답을 내놓게 된다. 철학의 깊이가 삶의 품위를 보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사례만큼 아프게 보여 주는 예는 드물다.

인출 문제

문제 1. 하이데거가 보기에 전통 철학이 망각한 것은?
💡 철학은 늘 존재자들(사물, 수, 신, 영혼)을 탐구했지만, 그것들이 저마다 "있다"고 할 때의 있음의 의미는 자명하다고 넘겼다. 존재와 시간은 이 물음의 복권 선언이며, 그 통로로 현존재 분석을 택한다.
문제 1. 망치 분석이 데카르트적 인식론에 가하는 반박의 요점은?
💡 망치는 우선 도구 연관 속에서 투명하게 사용되고, 고장 났을 때에야 속성을 지닌 눈앞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주체의 표상에서 출발하는 구도는 이 파생된 태도를 근원으로 착각한 것이다.
문제 1. 하이데거에서 공포와 불안의 차이는?
💡 불안에는 무서워할 거리가 없다. 바로 그 무 앞에서 익숙한 세계가 무의미하게 미끄러지고, 현존재는 근거 없이 자기에게 맡겨진 자기 존재와 마주한다. 그래서 불안은 결함이 아니라 본래성으로 가는 통로가 된다.
문제 1. 하이데거의 나치 부역을 둘러싼 철학적 쟁점을 가장 정확히 짚은 것은?
💡 입당과 총장 연설, 당적 유지는 다툼 없는 사실이다. 논쟁은 사실 여부가 아니라 해석이다. 사상과 행적이 무관하다는 옹호와, 세인 비판과 결단주의가 부역과 이어진다는 비판이 맞서며, 철학이 폐기되지도 면죄되지도 않은 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일이 삶을 바꾼다는 하이데거의 주장은, 죽음을 상품화한 현대의 각종 "메멘토 모리" 콘텐츠와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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