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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학 2강. 공리주의

옳음의 기준은 단 하나, 결과가 만들어 내는 행복의 총량이다. 이 단순한 원리가 상식 도덕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자 가장 위험한 적이 된다.

풀고 시작

문제 1. 공리주의의 기준으로 볼 때, 어떤 행위가 옳은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 공리주의는 동기·규칙·관습이 아니라 결과로 옳음을 판정하는 결과주의다. 다수의 승인도 기준이 아니다. 다수가 승인해도 총행복을 줄이는 행위는 그르고, 모두가 비난해도 총행복을 늘리는 행위는 옳다.

벤담: 도덕의 산수

벤담(Jeremy Bentham)의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1789)은 이렇게 시작한다.

"자연은 인류를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주권자의 지배 아래 두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답도 여기서 나온다. 공리의 원리(principle of utility): 옳은 행위란 관련된 모든 이의 쾌락을 최대화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행위다. 벤담은 이것을 계산 가능하다고 믿었다. 쾌락 계산법(felicific calculus)은 강도, 지속성, 확실성, 근접성, 다산성, 순수성, 범위라는 일곱 변수로 쾌락의 값을 매긴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쾌락의 질적 구분은 없다. "푸시핀 놀이도 시와 같은 가치를 가질 수 있다." 둘째, 각자는 한 사람으로 계산되며 누구도 한 사람 이상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귀족과 하인, 나와 타인이 계산에서 동등하다. 이 급진적 평등주의가 공리주의를 당대의 개혁 사상으로 만들었다(감옥 개혁, 동물의 지위, 형벌의 합리화).

밀: 불만족한 소크라테스

밀(J. S. Mill)의 『공리주의』(1863)는 벤담의 원리를 계승하면서 한 곳을 수술한다. 쾌락에는 질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두 쾌락을 모두 경험한 사람들이 한쪽을 일관되게 선호한다면, 그 쾌락이 질적으로 우월하다.

"만족한 돼지보다 불만족한 인간이 낫고, 만족한 바보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낫다."

이 수정은 공리주의를 "돼지에게나 어울리는 학설"이라는 비난에서 구하지만, 대가가 있다. 질적 우월성이 쾌락 아닌 다른 가치(존엄, 지성)를 몰래 들여온 것 아니냐는 반론이다. 우월한 쾌락을 쾌락의 양으로 환원할 수 없다면, 밀은 이미 쾌락주의를 떠난 셈이다. 이 긴장은 밀 해석의 고전적 쟁점으로 남아 있다.

행위 공리주의와 규칙 공리주의

계산을 어디에 적용하는가에 따라 두 형태가 갈린다.

구분 행위 공리주의 규칙 공리주의
평가 대상 개별 행위의 결과 일반적으로 채택될 때 최선의 결과를 낳는 규칙
거짓 증언으로 무고한 자를 처벌해 폭동을 막는 경우 총행복이 늘면 허용 "무고한 자를 처벌하지 말라"는 규칙이 장기적으로 최선이므로 금지
약점 정의·권리와 충돌 규칙 숭배라는 비판

규칙 공리주의(브란트, 후커)는 정의 반례를 흡수하는 장점이 있지만, 스마트(J. J. C. Smart)의 비판이 날카롭다. 규칙을 어기는 것이 명백히 더 좋은 결과를 낳는 상황에서도 규칙을 지키는 것은 규칙 숭배(rule worship)이며, 그 순간 규칙 공리주의는 공리주의이기를 멈추거나 행위 공리주의로 붕괴한다.

세 개의 반례

공리주의를 겨냥한 사고실험 셋이 표준 장비가 됐다.

첫째, 노직(Robert Nozick)의 경험 기계(『무정부, 국가, 유토피아』, 1974). 원하는 모든 경험을 완벽히 시뮬레이션하는 기계에 평생 접속할 수 있다면 들어가겠는가. 대부분 거부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쾌락 경험만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지는 삶이며, 쾌락주의적 가치론은 틀렸다는 것이다.

둘째, 같은 책의 공리 괴물(utility monster). 자원을 소비할 때마다 남들이 잃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큰 효용을 얻는 존재가 있다면, 공리주의는 모두를 그 괴물에게 바치라고 명령해야 한다. 총량 극대화는 분배에 눈이 없다.

셋째, 정의 유린 사례. 폭동을 막기 위해 무고한 사람 하나를 처형하는 보안관, 건강한 환자 한 명을 해체해 다섯 환자에게 장기를 이식하는 의사. 계산이 허용하는 이 행위들을 우리는 단호히 그르다고 판단한다. 공리주의자는 장기적 부작용(신뢰 붕괴)으로 응수하지만, 발각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를 가정하면 응수가 궁색해진다. 이 지점이 3강 의무론의 출발점이 된다.

살아남은 공리주의

반례에도 불구하고 결과주의는 죽지 않았다. 현대 결과주의는 쾌락 대신 선호 충족이나 객관적 목록으로 가치론을 교체하고, 행위 지침과 옳음의 기준을 분리하는 식으로 진화했다. 실천의 영역에서는 오히려 전성기다. 싱어(Peter Singer)는 "기근, 풍요, 그리고 도덕"(1972)에서 눈앞의 연못에 빠진 아이를 구하듯 먼 나라의 굶주림도 구할 의무가 있다고 논증했고, 이 논리는 기부의 기대 효과를 계산해 가장 효율적인 곳에 주자는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 운동으로 이어졌다. 공리주의의 유산은 6강 응용윤리에서 다시 만난다.

인출 문제

문제 1. 벤담과 밀의 결정적 차이는?
💡 둘 다 공리의 원리를 받아들인 결과주의자다. 갈라지는 지점은 쾌락의 질이다. 밀은 두 쾌락을 모두 아는 이들의 선호로 질적 우월성을 판정했는데, 이것이 쾌락주의의 이탈 아니냐는 반론을 불렀다.
문제 1. 스마트가 규칙 공리주의에 던진 규칙 숭배 비판의 요점은?
💡 공리주의의 심장은 결과 극대화다. 그런데 규칙 공리주의는 예외적 상황에서 더 나쁜 결과를 감수하고 규칙을 지키라고 한다. 결과가 아니라 규칙 자체를 숭배하는 셈이며, 이를 피하려고 예외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행위 공리주의로 붕괴한다는 딜레마다.
문제 1. 노직의 경험 기계 사고실험이 겨냥하는 표적은?
💡 완벽한 쾌락 경험이 보장되는 기계를 대부분 거부한다는 직관은, 우리가 경험의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 성취·관계·현실 접촉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쾌락이 유일한 본래적 가치라는 전제가 무너지면 고전 공리주의의 가치론이 흔들린다.
문제 1. 장기 이식 사례가 공리주의에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은?
💡 계산상으로는 한 명의 희생으로 다섯을 구하는 쪽이 이익인데도 우리는 그 행위를 단호히 그르다고 본다. 개인을 총량의 재료로 취급할 수 없다는 이 직관은 권리와 정의의 독립성을 시사하며, 의무론이 출발하는 지점이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발각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공리주의자는 무고한 한 명의 희생을 승인해야 하는가. 승인한다면 무엇이 잘못인가.
  • 효율적 이타주의의 계산 논리를 끝까지 밀면 가까운 이에 대한 특별한 애정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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