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4강. 『판단력비판』과 칸트의 유산
아름다움은 개념 없는 보편이다. 세 비판서가 닫히고, 이후의 모든 철학이 칸트에게 응답하며 시작된다.
풀고 시작
세 번째 비판: 다리 놓기
『순수이성비판』은 자연(필연)을, 『실천이성비판』은 자유(도덕)를 다뤘다. 그런데 두 세계는 어떻게 한 세계인가. 자유로운 도덕적 행위가 자연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면, 둘을 잇는 다리가 필요하다. 『판단력비판』(1790)이 그 다리다. 재료는 둘, 미와 자연의 합목적성이다.
미: 무관심한 만족
미적 판단의 분석. 아름답다는 판단은 무관심적이다(대상의 존재·소유·효용에 대한 관심 없이, 바라봄 자체의 쾌). 맛있는 음식(감각적 쾌)이나 좋은 도구(효용)와 다른 이유다. 그리고 개념 없이 보편적이다. "아름답다"를 증명할 규칙은 없지만, 우리는 타인의 동의를 요구하며 말한다.
이 이상한 조합의 칸트식 해명: 미적 쾌는 대상 앞에서 상상력과 지성이 개념의 강제 없이 자유롭게 유희하며 조화할 때 생긴다. 그 인식 능력들은 모든 인간이 공유하므로, 쾌의 보편적 전달 가능성(공통감)을 요구할 수 있다. 취미 논쟁("그게 왜 아름답냐")이 가능하면서도 종결 불가능한 이유가 정확히 이 구조다.
숭고는 다른 경로다. 폭풍의 바다, 별 하늘 같은 압도적 크기·힘 앞에서 상상력은 좌절하는데, 바로 그 좌절이 감성을 넘는 이성의 능력(무한의 이념, 도덕적 소명)을 일깨워 고통 섞인 쾌를 준다. 자연에 눌리며 자연 위의 존재임을 확인하는 굴절된 자기 경험이다.
자연의 합목적성: 마치 ~인 것처럼
생명체는 기계론만으로 설명이 버겁다. 부분들이 전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눈은 보기 위한 것 같다). 칸트의 신중한 처리: 목적론은 자연의 객관적 성질로 증명될 수는 없지만, 유기체 탐구를 위한 규제적 원리(마치 목적이 있는 것처럼 탐구하라)로는 불가피하다. "풀잎의 뉴턴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그의 단언은 다윈이 상당 부분 반박했지만, 기계론과 목적론적 기술의 관계 문제는 생물학의 철학에 살아 있다.
유산: 칸트 이후는 전부 칸트에 대한 응답
- 독일관념론(다음 과목): 물자체가 표적이 된다.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면서 그것이 감각을 촉발한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야코비). 피히테·셸링·헤겔은 물자체를 지우고 구성의 원리를 절대화한다.
- 윤리학: 의무론은 공리주의·덕윤리와 함께 규범윤리 삼국지의 한 축이 된다. 롤스의 정의론은 스스로를 칸트적 구성주의라 부른다.
- 인식론·과학철학: "관찰은 이론을 짊어진다", 개념 틀이 경험을 구성한다는 20세기의 상식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의 후손이다.
- 정치: 『영구평화론』의 구상(공화국들의 연방, 환대의 권리)은 국제연맹과 UN의 설계도 중 하나였다.
칸트로 근대 비판철학의 산맥이 완성됐다. 다음 과목부터는 분과 심화(인식론·형이상학·윤리학)로 들어가, 이 산맥이 남긴 문제들을 현대의 도구로 다시 다룬다.
인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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