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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학 5강. 계약론

도덕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도 마음에 새겨진 것도 아니다. 서로를 구속하기로 한 합의, 혹은 서로에게 정당화할 수 있음이 도덕의 전부라면 어떻게 되는가.

풀고 시작

문제 1. 계약론이 도덕의 근거로 삼는 것은?
💡 계약론은 도덕 규범의 권위를 합의 가능성에서 찾는다. 실제 역사적 계약이 아니라, 적절히 이상화된 조건에서 무엇에 합의하겠는가 또는 무엇을 거부할 수 없겠는가라는 가상의 검사가 기준이다. 결과 총량과 신 명령과 도덕 감정은 각각 다른 전통의 답이다.

홉스의 유산: 왜 도덕에 따르는가

계약론(contractarianism)의 뿌리는 홉스(Thomas Hobbes)의 『리바이어던』(1651)이다. 공통 권력이 없는 자연상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며, 거기서 인간의 삶은 이렇게 요약된다.

"고독하고, 가난하고, 험악하고, 잔인하고, 짧다." (『리바이어던』 13장)

각자가 자기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한 결과가 모두에게 최악이 되는 이 구조(현대 용어로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길은, 서로 무기를 내려놓기로 하는 상호 제약의 합의다. 도덕은 여기서 이익의 산물이 된다. 규범을 지키는 것이 결국 각자에게 이득이기 때문에 규범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도덕의 신비를 걷어내고 합리적 자기 이익만으로 규범을 도출한다는 이 기획은, 1강의 매키가 "도덕의 발명"이라는 부제로 가리킨 방향이기도 하다.

두 개의 계약론

20세기의 부활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무엇을 계약의 동력으로 삼는가가 갈림길이다.

구분 홉스적 계약주의 칸트적 계약주의
대표자 고티에 스캔론 (롤스)
동력 상호 이익 상호 정당화 가능성
도덕 이전의 인간상 합리적 이익 극대자 정당화를 주고받을 동등한 인격
도덕의 지위 이익 추구의 합리적 제약 서로에게 지는 근본적 관계의 표현

고티에(David Gauthier)의 『합의 도덕론』(1986)은 홉스 노선의 정점이다. 도덕은 제약된 극대화(constrained maximization)의 성향이다. 협력의 이득을 누리려면 착취의 유혹을 스스로 제약하는 성향을 갖는 것이 장기적으로 합리적이며, 그런 성향의 소유자임이 상대에게 읽힐 때 협력의 파트너로 선택된다. 도덕의 근거를 도덕 바깥(이익과 합리성)에서 조달한다는 점이 강점이자 급소다.

스캔론(T. M. Scanlon)의 『우리가 서로에게 지는 것』(1998)은 반대편 극이다. 그의 정식은 이렇다. 어떤 행위가 그르다는 것은, 정보에 밝고 강제되지 않은 일반적 합의의 기초로서 아무도 합리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원칙들이 그 행위를 불허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동력은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를 타인에게 정당화할 수 있는 관계 속에서 살려는 이유다. 도덕적으로 행위한다는 것은 각 사람 앞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총량이 아니라 각 개인의 관점에서 원칙을 심사하므로, 다수의 작은 이득이 소수의 큰 희생을 자동으로 이기지 못한다. 공리주의의 합산 논리에 대한 구조적 해독제인 셈이다.

이 노선의 거대한 이웃이 롤스(John Rawls)다. 『정의론』(1971)은 무지의 베일 뒤 원초적 입장이라는 계약 장치로 사회 제도의 정의 원칙을 도출했다. 다만 롤스의 계약은 개인 윤리가 아니라 사회의 기본 구조를 겨냥하므로, 상세한 논의는 정치철학 과목으로 미룬다.

계약 바깥의 존재들

계약론의 가장 아픈 문제는 포섭 범위다. 계약의 당사자는 합의하고 준수할 능력이 있는 존재다. 그렇다면 그 능력이 없는 존재는 어떻게 되는가.

동물은 계약을 맺을 수 없다. 홉스적 계약론에서 동물은 우리에게 위협도 협력 이득도 주지 못하므로 직접적 도덕 지위가 없고, 기껏해야 동물을 아끼는 사람들을 경유한 간접적 보호만 받는다. 고문당하는 동물에게 잘못한 것이 그 주인뿐이라는 결론은 강한 직관과 충돌한다. 미래 세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우리에게 보복도 보상도 할 수 없는 비상호적 관계에 있다. 기후 문제처럼 세대 간 정의가 걸린 사안에서, 상호 이익 모델은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를 근거 짓기 어렵다. 중증 인지 장애인처럼 계약 능력이 없는 인간의 지위도 같은 구조의 문제다.

칸트적 계약론은 응답의 여지가 더 크다. 스캔론은 자기 이론이 도덕 전체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지는 것"이라는 한 영역의 이론이라고 한정하며, 동물에 대한 잘못은 다른 근거를 가질 수 있다고 열어 둔다. 수탁자(trustee)가 계약 불능자의 관점을 대변하게 하자는 수정안도 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이런 수정이 계약 장치를 사실상 장식으로 만든다고 본다. 대변시켜야 할 이유가 계약에 앞서 이미 있다면, 도덕의 근거는 계약이 아니지 않은가. 흄이 사회계약론에 던진 오래된 반문(약속 준수의 의무 자체는 계약으로 설명할 수 없다)의 현대판이다. 계약이 포섭하지 못하는 동물의 문제는 다음 강의 응용윤리에서 싱어의 공리주의적 접근과 대조하게 된다.

인출 문제

문제 1. 홉스적 계약주의와 칸트적 계약주의를 가르는 핵심 차이는?
💡 두 노선 모두 가상적 합의를 쓴다. 갈림길은 무엇이 합의를 움직이는가다. 고티에는 합리적 이익 극대자의 타산에서, 스캔론은 자기 행위를 각 사람에게 정당화할 수 있는 관계를 원하는 이유에서 도덕을 끌어낸다. 인간상과 도덕의 지위가 이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 1. 고티에의 제약된 극대화 개념의 요점은?
💡 고티에는 도덕성을 개별 행위의 계산이 아니라 성향의 차원에서 정당화한다. 제약 성향의 소유자로 인식되어야 협력 관계에 초대받으므로, 제약을 내면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논증이다. 국가 강제에 기대는 홉스 원판과 달리 성향 선택의 합리성에 기댄다.
문제 1. 스캔론의 정식에서 어떤 행위가 그른 행위인가?
💡 스캔론의 검사는 원칙 단위로, 그리고 총량이 아니라 각 개인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어떤 원칙에 대한 한 사람의 거부 이유가 대안 원칙에 대한 다른 이들의 거부 이유보다 무겁다면 그 원칙은 거부될 수 있다. 이 개인별 심사가 공리주의의 합산과 구조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문제 1. 동물과 미래 세대가 계약론에 문제가 되는 이유는?
💡 계약론은 도덕 지위를 계약 참여 가능성에 연동시킨다. 위협도 보복도 협력도 불가능한 존재는 상호 이익 모델에서 직접적 지위를 얻지 못한다. 그러나 동물 학대나 미래 세대 착취가 그르다는 직관은 강력하므로, 수탁자 같은 수정안이 나오되 그 수정이 계약 장치를 공전시킨다는 재반론이 따른다.

생각해볼 질문 (정답 없음)

  • 힘이 압도적으로 센 존재(강대국, 초지능)에게 홉스적 계약론은 약자를 배려할 이유를 줄 수 있는가.
  • 서로에게 정당화할 수 있음이 도덕의 핵심이라면, 정당화를 요구할 수 없는 존재에게 우리가 지는 것은 도덕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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